유튜브를 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체육과를 졸업해서 서른까지 트레이너로 활동했어요. 이후에 사진작가 일을 2~3년 정도 했고요. 사진작가 일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지만 바빠서 제품 촬영 위주로만 하다 조금씩 유튜브로 넘어오게 된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어요. 비거니즘을 알고 난 후부터는 비거니즘을 조금 더 확장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채식주의를 한다고 하셨는데 ‘채식’을 시작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채식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건을 지향하면서부터였어요. 비건은 친구의 소개로 동물보호단체 페타의 영상들을 보면서 그 개념과 의미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고요. 이후 <왓더헬스>, <카우스피라시>, <도미니언>과 같은 공장식 축산과 육식의 이면, 그 실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을 하나씩 보게 되면서 앞으로 무엇을 먹고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후에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채식을 매일 실천하게 됐어요.
비건을 지향하면서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는데, ‘비건 지향’과 ‘채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채식은 말 그대로 식물성 식단 위주의 식습관을 의미하고요. 비건은 동물 학대나 착취에 반대해서 동물성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동물 착취로 만들어진 물건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의미해요. 비건이 채식주의보다는 더 큰 범주이고, 비건 안에 채식주의가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엄격한 채식주의자 비건’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도 처음에 그랬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비건의 개념이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비건은 조금 더 큰 범주를 가지고, 채식은 식생활에 적용된 일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채식을 하시는 분들을 ‘채식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비건 지향하시는 분들은 완벽한 비건이 될 순 없으니까 ‘나는 비건이야’라고 말하기엔 검열이 되더라고요. 비건이라고 하면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품 같은 것도 크루얼티 프리만 사용한다던가, 환경에 부담이 안 되는 제품만 사용한다던가 생활에 꼼꼼히 적용해야 하니까요. 이처럼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계속 실천해가면서 비건을 지향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경험했던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사실 비건을 지향하기 전에도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누구보다 육식에 집착했고 의존했으니까요. 세상은 사람들에게 육식을 해야 건강해진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가 건강한 줄 알았죠. 근데 그게 착각이었더라고요. 비건 식단으로 바꾸고 나서 그동안 원활하지 못했던 신진대사가 정상으로 회복됨을 느꼈어요. 마치 건강이 회복되다 못해 위로 몇 단계 점프한 기분이었죠.
그러다 보니 항상 달고 지내던 잔병들 또한 사라졌고 동시에 불안하고 예민하고 지친 감정들, 우울감도 많이 줄었어요. 이런 현상들이 제게 일어난 것은 비건 식단의 영양학적인 이점도 있기 때문이고요. 또 비건을 지향하면서 타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들의 고통에 동의하지 않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김으로써 저에게까지 선순환된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채식을 추구하면서 힘드셨던 적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비건 지향을 선언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스스로를 더 검열하고 엄격하게 대하게 되었고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애썼던 시기가 있었어요. 더욱이 주변의 탐탁지 않은 반응들 때문에 ‘내가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리라’, ‘비건의 효과와 가능성을 꼭 보여주리라!’ 하는 사명감과 오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가진 능력과 처해있는 환경에서 완벽한 비건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었어요.
실패와 실망의 연속, 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가면서 이대로 가다간 비건 지향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비건의 미덕 중 한 가지인 지속 가능성을 떠올리며 완벽한 비건보다는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서 비건이라는 방향성을 지속 가능하게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2019년 11월부터 비건 벌크업 챌린지를 해오고 계신데, 챌린지를 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비건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께서 영양 결핍, 건강 악화, 단백질 부족, 근 손실 등을 먼저 쉽게 떠올리세요. 이런 비건에 대한 편견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건 벌크업 챌린지를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해외에는 비건 보디빌더, 비건식을 하는 정상급의 운동선수들, 비건 트레이너, 비건 코치 등 검색하면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와요.
사실 그것만 봐도 우리가 비건식이 절대적으로 근 손실과 영양결핍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의학적, 영양학적 사실들을 알 수 있는데, 그게 해외 사례여서 한국인들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국내에도 좋은 사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저같이 평범하고 보통의 여성인 사람이 비건식으로 볼륨 있는 근육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저를 보고 ‘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 한번 해봐야지’ 이런 계기를 만들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벌크업 챌린지를 하시면서 느꼈던 소감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까지 약 1년 7개월간 비건 벌크업 챌린지를 지속해오면서 꽤 좋은 성과와 성장이 이루어지는 걸 스스로 보고 내가 목표한 ‘국내의 좋은 사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안도감과 확신 그리고 자신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비건에 대한 근 손실, 영양결핍 등과 같은 이야기들은 정말 편견에 불과하고 좋은 사례, 올바른 정보들이 제공된다면 대중도 쉽게 비건식을 실천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경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건 페이스트리 스쿨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고, 추천하고픈 레시피가 있나요?
비건 페이스트리 스쿨은 비건 파티시에 하리님과 제가 함께 꾸려가는 사업이에요. 그래서 비건 베이킹 레시피 연구는 하리님이 하시고 저는 주로 좋아하는 비건 빵을 마음껏 먹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저희가 첫 비건 베이킹 클래스를 론칭했는데, 그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건 브리오슈 식빵 만드는 법을 제가 배우게 됐어요.
그 레시피로 집에서 초코 식빵, 마블 식빵, 밤식빵 등 여러 종류의 비건 식빵들도 응용해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저는 그중에서 다 맛있지만, 모양까지 이쁜 마블 식빵을 정말 좋아합니다. 비건 식빵을 집에서도 쉽고 맛있게 만들어 드시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저희 비건 페이스트리 스쿨의 클래스를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비건은 샐러드만 먹는다’, ‘비건 음식은 맛없고 먹을 것이 없다’라는 편견에 대한 저의 대답으로 유튜브 채널에 비건 먹방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물론 개인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어떤 음식은 맛이 없을 수도 있고 또 엄청 맛있을 수도 있고 그렇죠. 하지만 유독 비건 음식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께서 드셔보시기도 전에 ‘맛없다’라고 선을 그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건 먹방 유튜브를 꾸준히 하면서 비건 음식도 굉장히 다양하고 맛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만간 시도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제가 요즘에 준비하고 있는 것은 국내 피트니스계에 비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서 같이 뜻이 맞는 친구들이랑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친구들이랑 SNS, 세미나,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어떻게 활동할지 계획을 짜고 있거든요. 그래서 유튜브로 진행하게 된다면 비건 피트니스에 관련된 콘텐츠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관심사와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요즘 제 관심사는 한국의 피트니스 내에 비건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피트니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물 착취적인 부분들이 많고 건강상 이점과 윤리적인 이유로 비건과 채식에 관심 갖는 운동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러 장벽들 때문에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저와 뜻이 같은 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건강과 운동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도 비거니즘을 소개해 드리고 경험해 보실 수 있는 그런 장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행복입니다.
저의 행복 그리고 타인의 행복.
마지막으로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비건 비기너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각자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비건을 지향하기를 바라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각자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비건을 지향하기를 바라요.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문틀 철봉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운동하려고 설치하신 철봉인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도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칭할 때 건강 유지용으로 자주 사용해오고 있어요. 특별한 기구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닌데 언제든 쉽게 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라 추천드리고 싶네요. 생각해 보니 옷걸이나 빨래걸이로도 활용이 가능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집 뒤의 산을 종종 뛰어오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머릿속이 텅 비면서 턱까지 차오르는 호흡과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을 하게 돼요. 그렇게 한참 달리다가 목표 지점에 오르면 그제야 주변의 풍경들이 보이고요. 그러면 눈이 시원해지면서 복잡한 생각들과 고민들이 날아가고 자연 속에서 자유로움과 개운함을 느껴요.
심장 박동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제 심신도 제일 편안한 상태가 돼요. 그렇게 리프레시가 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무언가 할 의지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그 순간이 저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