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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단순 장은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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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단하고 순한 음식, 단순

우리의 얼굴은 몸의 축소판이라는데, 자주 웃을 수 없는 이유가 건강하지 못한 음식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데 오늘은 무엇을 채워 힘을 내셨나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삶과 멀어질 수 없는 세상이고 자극적인 정보들은 머리에 가득합니다. 오전과 오후를 나눠주는 점심 시간 동안 강한 자극들을 내려놓고, 순하고 단단한 음식들로 채워보는 습관을 지녀보세요. 오늘 오후 이상하게 자주 웃는 나를 발견한다면 내일의 단순도 기다려질 거에요.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는 건 때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집과 직장 안팎으로 몸과 마음에 편안한 음식을 차려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단순’의 장은지입니다.

브랜드 '단순'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단순'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따로 있나요?
단단하고 순한- 줄여서 ‘단순’.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단어라고 생각해요. ‘단순’은 제가 만들고 싶은 것, 나아가 제가 지향하는 인간상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사람이 만드는 단순한 음식, 단순의 음식을 먹으면 단순해집니다.”

비건 도시락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10여 년간 대형 커피숍에서 근무했는데 제때 끼니 챙기는 게 참 어려웠어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2018년부터 공부한 문성희 선생님의 음식은 지금의 채식 요리를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요. 20개월 된 아기의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시간적인 제약이 많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때 로컬스티치에서 요청하신 ‘매장 내 쇼케이스를 채울 음식’이 제게 딱 맞는 아이템 같았어요. 간단하게 ‘때우는’ 음식이 아닌 편리하고 깔끔하지만,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평상시에도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음식에 집중하시게 되셨나요?

단순을 시작하기 전, 근무했던 카페의 규모가 아주 큰 매장이다 보니까, 파티시에님과 셰프님이 함께 계시던 매장이었지요. 매장을 총괄하다 보니, 소통도 많이 하고 바쁠 경우 직접 거들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 속에 음식에 관한 관심이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로컬스티치(소공점)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셨나요?

남편이 로컬스티치 입주한 작가였는데, 여자 친구일 때부터 제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웃음) 처음 제안을 주셨을 때는 다른 곳에 근무하고 있다 보니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어요. 결혼과 출산 이후 다시 제안을 주셨는데, 당시 브랜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함께 해보자'라는 결심이 생겼어요. 로컬스티치 공간에 맞는 조건으로 진행해야 하다 보니, 아이템은 '도시락'이 되었고 2021년 초부터 열심히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현재 단순 시즌2로 진행 중이에요. 시즌1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즌1의 메뉴는 쌈밥이었는데 쌈을 하나하나 말아서 만들다 보니 도시락 한 개가 완성되는데 꼬박 10분씩은 걸렸어요. 시즌2는 완성된 반찬을 칸칸이 나눠 담으면 되니 시간상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매일 다음날, 그다음 날 메뉴에 대해 고민해야 하죠. 시간에 조금 덜 쫓기게 되었지만 대신 고민할 거리가 많아요.

'단순' 스타일로 지속가능함을 녹임에 있어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추구하지만 판매하는 아이템이 도시락이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해요. 생분해성 밀짚 도시락과 PLA 숟가락, 억새 젓가락 등 가능한 선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마음 한편이 무거워요.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매장 이용 고객의 경우 접시에 담아드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요.


한 끼 식사를 채워주신다는 문구가 정말 매력있어요. 메뉴 구성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메뉴는 잠자기 전 누워서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여러 가지 재료를 떠올리며 된장에 무쳐보기도 하고 볶아보기도 하면서, “전이 다소 기름질 수 있으니 가벼운 나물무침과 잘 익은 깍두기가 좋겠다.” 하는 방식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SNS 속 친구들의 저녁 메뉴가 다음날의 메뉴에 반영되기도 하고 당일 아침에 갑자기 먹고 싶어진 메뉴로 변경될 때도 있어요.

단순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따로 있나요?

시그니처 메뉴는 시즌 1의 쌈밥. 열 개의 쌈을 각기 다른 색색의 쌈 채소로 말아 만드는데 된장 소스와 고추장 소스를 각 쌈에 어울리게 곁들여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한 음식이에요. 플레이팅을 해서 다른 메뉴들과 함께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단순에서 추천하는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 있을까요?

겨울,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몸 온도가 낮아지는 시기이니 '무'를 많이 드셔야 해요. 무와 생강 그리고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시트러스 계열의 유자, 귤 등을 많이 드시면 도움이 돼요. 호박도 너무 좋고요. 생강의 경우 기본적으로 파와 마늘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단순의 음식에 중요한 역할이에요. 향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을 때 생강이나 후추 정도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파랑 마늘을 사용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건강식에 관심을 두게 되어 배웠던 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이었어요.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들을 계속 먹다가 사용한 음식을 먹게 되면 매우 큰 자극으로 느껴져요.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비롯하여 기본적으로 많이 첨가해 먹다 보니 인지를 못 하시는 경우가 많죠. 조금 더 편안한 음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요.

• 오신채 五辛菜 :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
우리나라 사찰에서 특별히 먹지 못하게 하는 음식이다. 마늘과 파·부추·달래·흥거의 다섯 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흥거는 백합과의 식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물이며 한국에서는 양파를 금지하고 있다.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에서는 이들 식물을 대신하기 위해 다시마, 들깨, 방앗잎, 제피가루, 버섯 등이 사용된다.


채소는 신선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재료는 어떻게 구매하시고 계신가요?

신선도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도 꽤 주요하기 때문에 로컬 푸드마켓이나 마르쉐, 한살림 등에서 직접장을 봐요. 마르쉐를 통해 알게 된 농부님들의 꾸러미를 받기도 하고요. 주중에는 유기농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기도 하고, 많은 양이 필요할 때는 가락시장의 새농마트를 이용해요.

가장 좋아하는 채소 재료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음식도 괜찮습니다!

저는 골고루 먹자 주의이기 때문에, 완벽한 비건은 아니에요. 하지만 환경적인 것을 생각하면 점차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있어요. 좋아하는 음식은 들깨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요. 들깨 수프, 들깨 전골 등 요리도 있고, 나물에 들깻가루를 넣어 무침으로 먹기도 해요.


스스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과, 누군가의 건강한 한 끼를 챙겨주는 것은 다른 의미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죠.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좀 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을 잘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음식에 대해 알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요.

단순을 운영하시면 가치관적으로 어려웠던 순간은요?

건강하고 좋은 음식, 당연히 재료도 그러해야만 하죠.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비용을 수반하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것은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것과 얽혀있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 무언가, 다른 방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


지금 가장 아쉬웠던 점은요?

일단 지금 아이템이 도시락이다 보니 최적의 상태로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음식은 무엇보다 온도가 중요하니까요! 또, 도시락 용기 관련해서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배출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들이 신경 쓰이고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친환경 용기가 생분해된다고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국 일반쓰레기로 매립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 속상하죠.

현재 로컬스티치에서 도시락이 판매되고 있어요. 이 외에 단순만의 작업공간이 있으신가요?

현재는 로컬스티치 소공점에서만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단순’의 도시락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메뉴 공지가 항상 당일이에요!

보통 일요일 혹은 월요일 출근 시 재료를 구매하는데, 신선한 채소를 본 이후 '이 채소로는 이 요리를 만들어야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전날 날씨를 확인 후 재료를 구매해요. 그때마다 즉흥적이고 새로운 요리가 생각나기 때문인데, 제철 재료를 이용하다 보니 변수도 작지 않은 편이에요. 메뉴를 미리 공지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커요. 하지만 메뉴를 미리 말씀드리면 그것은 약속이 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마음의 짐이 되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점심시간 전에 공지해드리고 있죠. 뭐가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벌써 점심 도시락이 두 점 남았어요. 저녁 도시락은 그 시간에 새로 만들어지나요?

아이템의 특징에 충실해 점심시간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녁까지 남아있는 도시락이 있다면 퇴근 후 구매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음식의 온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진열 수량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준비된 수량 외에 예약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 더 만들고 있어요. 예약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따뜻한 온도를 담은 단순의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또, 도시락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폐기가 속상하기 때문에, 요즘 예약제로 전환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예약제를 하다 보면 새로운 분들을 만나 뵙지 못하게 될 걱정도 있지만, 예약 후 드셔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나가다가 처음 맛보실 고객님들도 계실 거라는 생각에 지금은 준비된 일정 수량을 정성껏 만들고 있어요.


단순을 시작 이 후 크게 변화한 점은요?

골고루 먹는 사람이다 보니, 집 냉장고에는 가공식품이나 고기도 있어요. 단순을 하고 나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자투리 채소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웃음) 자투리 채소의 경우 볶음밥과 채수를 내는 용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멸치 육수나 고기 육수에 더 친근감이 있으실 테지만, 채수만의 특징이 있으니 꼭 드셔 보시길 권장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손님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전에는 고기로 요리된 음식을 자주 보여드렸다면 지금은 채소 요리로 가득하게 한 상을 차려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채소는 생식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맹목적인 것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채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익혀 먹는 것이 더 좋은 채소들도 있어요! 예로 당근과 토마토의 경우 익혀 먹는 것이 좋은 성분을 더욱더 높게 흡수할 수 있어요. 일화 중 하나로, 요가를 시작하신 이후 채식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생식 채소를 5년간 섭취하신 분이 계신데 채소만 먹는데도 건강하진 않다는 것을 느끼셨다고 해요. 체질도 다르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소화 능력이 낮으시거나 생식 자체가 체질에 맞지 않으시면 오히려 차가운 채소를 생으로 드시는 것이 매우 위험하실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을 듣다 보니, 제가 공부를 많이 하여 더 깊이 있는 음식으로 대접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채소 요리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요.

채소로 '고기 맛'을 낸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생각해요. 채소 요리 자체가 가볍다는 느낌이 있지만, 막상 드셔 보시면 고기 생각을 하지 않게 돼요. 예를 들어 '무 밤 찜'이라는 메뉴는 채소 재료로만 갈비찜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에요. 결국 우리가 '고기 맛'이라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양념 맛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웃음) 양념 맛에 현혹되지 마세요.

단순이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단단하고 순한 음식을 만든다는 이름 그대로 남길 원해요. 비건과 채식이 트렌드인 요즘, 그것보다는 음식의 본질을 흡수시켜 몸에 이로운 음식을 준비하고 싶어요. 또 먹는다는 행복한 과정에서 환경이나 여러 가지 다른 무언가를 최대한 해치지 않고 순하게 내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식약동원>의 개념으로 ‘단순’의 음식과 허브를 접목한 ‘루나스에코라이프’와의 협업 워크숍을 매달 진행하고 11월 중순 서울시 상생상회의 <금요미식회>에 출점했지요. 가을의 시즌2 <일상식>도 막바지를 앞두고 있는데, 겨울의 시즌3, 내년에는 시즌4로- 늘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브랜드를 만들어 갈게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아기가 잠든 후- 흔히들 얘기하는 육퇴 후 남편과의 저녁 식사. 다소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소화가 잘될만한 음식으로 되도록 가볍게 차려 먹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내일은 어떻게 보낼 건지 꽤 늦은 시간까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눕니다.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YURT의 제품들. 그중 지갑은 6년째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가죽 소재의 소비를 지양하지만 불필요한 소비 없이 한 물건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보증기한 없이 수선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훌륭하죠.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사랑하는 가족.

Dan Soon 단단하고 순한 음식(@dansoon_eatery)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