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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동심이 담긴 동화책의 첫 페이지

- 공드린 류주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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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동심이 담긴 동화책의 첫 페이지

따스하고 다정한 사랑방 카페, 공드린

티(tea) 좋아하시나요? 향긋한 차 한 잔은 그날의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변주시키는 신비한 힘을 지녔는데요. 티의 파급효과를 일상에서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연남동에 위치한 공드린. 티 카페 겸 브랜드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잔잔한 위로를 선사하는 디자인의 제품과 고품질의 티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공간과 제품 곳곳에 녹아있는 특유의 무드는 미셸 공드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죠. 맑은 동심이 담긴 동화책의 첫 페이지 같은 공드린을 소개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공드린을 이끄는 류주현입니다.

공드린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공드린은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와 ‘공들이다’라는 뜻을 결합해 지어진 이름입니다. 첫 제품인 ‘메리 클라우드 디스펜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하다가, 2016년부터 티 라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하던 중, 지난 6월 연남동 부근에 티 카페를 정식 오픈했어요. 티 카페는 제품과 티라인에 녹아있던 공드린의 디자인, 감성, 가치를 모두 응집한 곳이에요. 공드린이 추구하는 따스하고 다정한 느낌을 담아내고자 인테리어 곳곳에 신경을 썼고, 가치를 이어가고자 펫 프렌들리, 에코 프렌들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공드린의 오프라인 공간이 일반적인 카페와는 조금 다르다고 들었어요.

티 카페 안쪽에 사무공간으로 구분 지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몇 달 전에 입양한 반려견 루이도 함께 지내고 있지요. 티 카페를 오픈하기 전 사무실은 성산동에 있었어요. 이전에는 오프라인 쇼룸이 없다 보니 제품을 보러 사무실로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갈증이 많았는데, 이번에 이사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인 쇼룸 겸 티 카페를 같이 열게 됐어요.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오프라인 공간을 열기 전에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공간을 만들고 난 후 서포터즈 분들도 직접 만나고 단골분들도 생겨서 “오늘 루이(반려견) 뭐해요?”라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 공간이 사랑방 같아요. 어떤 경로로 우리 브랜드를 알게 됐는지, 사용감은 어떤지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

본래 벽화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티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네, 벽화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작업할 때 공간에 맞는 스토리를 창작한 후 글을 기반으로 벽에 그림을 그렸어요.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뿌듯했지만, 벽화는 한정된 공간에만 머문다는 제약이 아쉬웠기에 제품 디자인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제품은 국내의 소비자는 물론 해외 각국의 다양한 소비자를 만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아예 이 길로 넘어왔어요. 이후 티 라인 론칭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원래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티타임에 행복을 느끼곤 했거든요. 제품과 티는 취급하는 대상이 다를 뿐 무언가를 공들여 만들어 선보인다는 기본은 같다고 봐요. 더 넓게는 벽화가, 제품 디자이너, 티 브랜드 대표, 티 카페 사장 각각 카테고리만 다르지, 하는 일과 그 책임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차 리필 스테이션 ‘티 퍼슨 바(Tea person bar)’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티 카페 오픈을 가시화한 후 가장 먼저 공간 기획에 포함한 게 티퍼슨바에요. 이름은 영문으로 차를 좋아하는지 커피를 좋아하는지 물을 때 ‘are you tea person or coffee person?’라는 문장에서 가져왔고요. 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느끼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어요. 몇몇 티 브랜드는 소분해서 판매하긴 하지만 정해진 양을 따라야 하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리필 스테이션을 통해 리스임팩트맨(less impact man)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했어요.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가서 남아 버리는 거 없이 이용하실 수 있게요.


티 퍼슨 바 리필스테이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티는 무엇인가요?

얼그레이입니다. 구매를 많이 해주셔서 육안으로 봐도 많이 줄었네요. (웃음) 얼그레이가 대중적이고 익숙해서 많이 구매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 제품을 드셔보시고 구매하는 분들은 하이 투데이 티를 많이 구매해 주시더라고요. 처음 구매하는 분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10g을 기본 용량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또한 용기를 안 가져오신 분들은 종이에 담아갈 수 있게 친환경 소재로 만든 종이도 구비해놨어요.


입문자에게 추천해줄 만한 티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저희 차 중에 ‘하이 투데이 티: 고양이’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가 직접 블렌딩한 티인데요. 호박, 작두콩이 베이스라 구수하면서도 천연 스테비아가 소량 첨가되어 있어 끝 맛이 달달해요. 묘하게 자꾸 마시게 되는 마성의 맛이에요. 7가지 재료가 블렌딩 된 것이라 비주얼적으로도 다채로워서 티퍼슨바에서 중앙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티백 구성으로도 망원동 길고양이들이 티 태그 모델이라 의미가 남다르기도 해요.

공드린의 제품은 다 동화 같아요.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고맙습니다. 정말 딱 공드린 제품, 티를 접하는 분들이 느끼시길 바라는 감상이에요. 디자인 모티브는 자연이나 동물들로부터 많이 가져와요. 본격적으로 제품의 형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보편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추리곤 합니다.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되, 그 과정에서 상상이나 공상을 많이 하려 해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도 다시 보고, 한강도 종종 가고요.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추려지면 동심이 살아있는 어린 조카들에게 자문을 얻어요.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는 경우도 있고, 조카들의 의견이 아이디어가 되어 더 발전되는 경우도 있곤 합니다.


아이들의 동심이 반영된 디자인이네요! 조카들과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중학생인 조카가 엄청 똑 부러진 아이예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고 “이모! 이거 5:5에요”라고 늘 말해요. 나이가 어린 조카들은 직관적으로 “이게 예뻐요, 이게 좋아요”라고 말해주고요. 저희는 제품을 자주 보다 보니 가끔 어떤 제품이 더 나은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을 해줘서 검수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아요. 가끔은 우리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줄 때가 있어요. 조카에게 공드린 명예사원을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내부적으로 디자인 회의나 마케팅 회의할 때 한 번씩 참여해달라고 하는데, 중학생이라 일정이 바빠서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웃음)

무엇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돋보여요. 매장 밖에 설치된 반려동물이 발을 닦을 수 있는 수도 시설, 고양이와 강아지 티 태그,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하는 등.. 이와 같은 행보를 이어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동물을 직접 키우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지금도 다른 의미로 애정과 관심이 여전해요. 이전 사무공간의 제약,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었어요. 지나가다 만난 동네 길고양이나 친구들이 키우는 강아지가 더 기억에 남아 디자인에 적용하곤 했어요. 티 카페에 반려동물의 발을 닦을 수 있는 수도를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에요. 제게 반려동물이 없으니, 다른 반려동물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한 꼼수랄까요? 현재는 얼마 전에 입양한 제 반려견도 수도 시설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답니다.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반려견을 입양한 지 얼마 안 돼서, ‘나는 어떤 견주가 되어야 하는가’가 최대 관심사에요. 나의 반려견이 ‘강아지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고 싶어요.

공드린의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저희 브랜드명처럼 ‘공들여 가꾼 공간’으로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티 카페뿐만 아니라 공드린 제품, 티를 통해서도 공드린이 지향하는 가치에 진심을 느끼셨으면 하고요. 작년부터 공드리너란 이름의 공드린 서포터즈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티카페에 오신 공드리너분들이 상상했던 공드린 티 카페의 모습 그 이상이라고 얘기해 주시는데,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어 기쁘면서도 초심처럼 잘 가꾸어야겠다 싶더라고요.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요.

저희와 철학이 맞고 생각이 맞는 분들과 공드린 앰배서더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티 카페 공간을 통해서 다른 좋은 브랜드들과 협업을 해 많은 분을 만나고 싶고요. 그리고 언젠가 서울을 대표하는 티 브랜드로 해외에서도 공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서울에는 이렇게 캐쥬얼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문화가 있어!’하고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강아지랑 산책을 자주 해요. 망원 한강공원하고 연트럴파크를 자주 가는데요. 강아지 산책이라는 명목이지만, 사실 저를 위한 산책 같아요. 또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구석구석 청소하고 나면, 힘든 것보다도 무엇을 해야겠다는 에너지가 생겨서 좋아요.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아버지가 입던 재킷과 어머니가 입던 원피스에요. 아버지의 재킷은 어깨 뽕을 빼고 입고, 엄마의 원피스는 사이즈를 줄여서 입었는데 옛날 옷이 질이 좋아서 앞으로도 10년은 더 입을 수 있겠더라고요. 또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필름 카메라를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필카가 새로운 취미가 되었어요. 부모님 세대와 제 세대가 물건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만족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웃음이요. 일상에서 많이 웃고 잘 자고 하면,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힘이 나요.

공드린 | GONGDREEN(@gongd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