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네이테이 대표 정관영입니다. 카네이테이는 국내 업사이클링 1세대 브랜드로, 오래된 군용 텐트를 재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래된 원단을 수집하여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폐자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브랜드를 통해 자원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인 카네이테이의 뜻이 궁금해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브랜드명 ‘카네이테이’는 제 이름 ‘정관영’을 일본어 한자로 써서 읽은 거예요. 사실 일본인들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름이고, 누가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재미있어서 브랜드명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재일교포라서 일본어로 접근한 것도 있는데, 요즘은 반일감정이 심해서 노출 안 하려고 합니다.(웃음)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군용 텐트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연히 들어간 이태원 구제 가게에서 군용 텐트를 처음 발견했어요. 개성을 강요받는 패션 시장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텐트의 모습이 좋아 보였고,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개성이 느껴지는 군용 텐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군용 텐트는 대부분 카키색이기 때문에 색상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소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에 따라 구분되는 다양성이 제품으로 만들어졌을 때 섬세한 특징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재(군용 텐트)를 공수하는 과정부터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각지에서 수집한 텐트를 여럿이서 적당한 크기로 재단한 후, 세척 작업을 합니다. 제품 제작 시 불규칙한 소재의 특성상 프레스 기계의 활용이 어려워서 손으로 재단하고 있어요. 재단된 패턴마다 색상이 달라서 봉제할 때 일일이 색상을 맞추며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다양한 패턴만큼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제품이 탄생합니다.
군용 텐트 외에 업사이클링을 시도해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새로운 소재는 항상 관심 있게 찾아보고 있어요. 마음에 드는 소재는 많지만, 사업화를 하려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량과 합법성, 내구성 외에도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 여러 가지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카네이테이는 다양한 제품군이 많아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어떤 제품일까요?
안 그래도 캠핑 용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소재가 군용 텐트이다 보니, 캠핑 용품을 안 만드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캠핑을 하는 분들 중에는 자연을 생각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저희와 잘 맞겠다 싶었어요.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뻔한 이야기지만 단순함을 중요시합니다. 스타일로서의 단순함보다는 창작자의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제품이 제가 생각하는 단순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제품을 만드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 같아요. 몇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재사용하는 원단이다 보니 수급, 가공, 제작 공정 등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소재의 수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적재해 두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공간과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소재를 재단하는 일은 보람 있지만 야외에서 텐트를 재단하다 보니 여름이나 겨울철에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또한 소재가 일률적이지 않아서 제작 공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터지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고객분들이 저희가 만든 제품을 칭찬해 주실 때면 이 모든 힘든 것과 어려움이 다 사라집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고객 중에 웹툰 작가님이 계세요.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저희 지갑에 대한 리뷰를 유튜브에 올려주셔서 알게 됐어요. 그분이 구매한 지갑의 원단이 울어서 교환을 해드렸는데, 교환한 제품 역시 원단이 울어서 제품을 제작해 주시는 분들과 상의하에 제작 공법을 바꿔서 총 네 번을 교환해드렸어요. 저 같아도 많이 화났을 것 같은데, 그분은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제품의 개선점을 계속 보완하며 완성도 있는 제품을 보내드릴 수 있게 됐어요.
카네이테이 제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요새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건 ‘팜’이라는 지갑이에요. 곧 핸드폰 케이스가 출시될 예정이라 제가 먼저 케이스를 사용해보면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카네이테이만의 팀워크를 다지는 방법이 있나요?
단합을 위한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개인의 개성이나 취향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네이테이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은 소재뿐만 아니라 공정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최소 주의를 지향하는데요. 카네이테이는 최소 주의 원칙에 따라 업무 공정을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뛰어난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덜 중요한 업무들은 과감하게 배제하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요.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나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디벨롭하며 깊숙이 파고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반복’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고 해요. 다만 반복 주기가 크면 클수록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반복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그 반복을 체감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하루라는 단위를 기준으로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반복이 중요한 이유는 반복을 통해 시간에 대한 통제를 느끼게 되고, 그 통제가 유능함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누군가에겐 새벽이지만 저에게는 아침인 3시 44분에 일어나는 습관이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저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검은색, 흰색, 회색 티셔츠를 번갈아 가며 입는데, 티셔츠를 오래 입으면 조금씩 얇아지다가 결국 구멍이 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제품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거든요. 물건에도 수명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서, 애착도 생기고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큰 힘이 됩니다. 고양이는 밥그릇이 수북해도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만 먹고 남기는 초연함을 보여주는데요. 먹이사슬 최상위층에서 수백만 년간 군림하는 동안 유전자에 새겨진 사자의 본능을 고양이가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수백만 년 동안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최하위에 있었던 인류는 집단생활과 도구사용을 통해 먹이사슬의 왕이 됐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들이 본능으로 새겨져서 필요 이상으로 재산을 축적하려는 것이라고 해요.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탐욕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품위 있고 이상적인 인간상은 고양이의 행동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