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책벌레가 되고 싶고, 야생을 좋아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잠을 잘 잡니다. 사람들은 저를 옥선이라 부르죠.
브랜드 ‘오픈 플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오픈 플랜은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2017년 겨울 론칭해서 플라스틱 없는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2020년부터는 전 컬렉션을 98% 플라스틱 프리, 100% 비건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플라스틱 프리’란 옷을 만들고 사용하는 동안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합성 섬유와 플라스틱 소재의 장신구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비건’이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소재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계시군요. 비건 패션은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오픈플랜과 대부분의 비건 패션 브랜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라스틱(=합성섬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비건 가죽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대체 가죽들이 아직은 플라스틱 성분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 소재의 사용도 엄격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또 흔히 천연 소재는 무조건 친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GOTS(오가닉 코튼 섬유 국제 인증) 인증의 오가닉 코튼과 FSC 인증의 지속 가능한 조림에서 채취된 천연 목재 원료로 만들어지는 텐셀TM, 라이오셀, 비교적 환경 영향이 적은 리넨 등을 최우선시 해서 디자인합니다.
섬유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또한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반 화학 염색 대신 보태니컬 다잉을 우선시하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Fashion Revolution 운동에 동참하며 저희 SNS를 통해 매년 오픈플랜의 제조자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건을 추구하는 오픈 플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0년에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라는 이름으로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었어요. 이때 시작한 브랜드는 지금 진행하는 지속 가능성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반 패션 브랜드였죠.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에 항상 관심이 있었고, 패션산업의 화려함 이면에 지구를 오염시키는 산업이라는 창피한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에는 이런 고민들을 나 몰라라 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더 책임감을 느낀 거일지도 모르겠어요. 2017년도 겨울, 기후 위기 시대에 패션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아웃스탠딩 오디너리’를 정리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 ‘오픈 플랜’을 론칭하게 됐습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와 환경의 상관 관계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얼마 전 한 인터뷰어가 제게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면 환경이 좋아지겠네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무리 지속 가능한 소재와 공정으로 탄소 배출을 줄인다 하더라도 환경이 ‘좋아진다’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단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뿐이죠. 작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8월 22일이었습니다. 사용 가능한 1년 치의 지구 자원을 모두 소진한 날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작년 8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우리가 사용한 모든 자원을 모두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모든 물건이 그렇듯 옷도 일단 만들어지고 난 후에는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원이 한정적일 거 같아요. 제한된 소재의 사용 때문에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어떤 옷을 만들던지 세상에 있는 모든 소재가 적합하진 않잖아요. 처음에 어려웠던 점은 여태까지 환경이란 필터를 가지고 소재를 고르거나 디자인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에요. 지금까지 화학염색에 길들여져 있던 제 눈 그리고 소비자의 눈에 예쁘다고 여겨졌던 것들과 다른 소재를 고르고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하는 것이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현재 진행하고 계신 프로젝트가 있나요?
가장 가깝게는 5월 말 개최되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기념으로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케아 코리아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커튼과 이불 커버를 제공받아서 ‘Guest Etiquette’이라는 주제로 캡슐 업사이클링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컬렉션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이번 컬렉션의 컨셉은 ‘게스트 에티켓’이에요. 손님으로서의 태도, 예의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지구에 왔다 가는 손님으로서 지구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했어요. 그리고 사실 여행하는 기분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했던 것 같아요.
또, 작년에 이케아와 콜라보로 ‘Re:Textile’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이 인연으로 이번에도 지속 가능성의 가치에 대해 디자인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물품 제공을 해주셔서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꾸려나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 오픈플랜을 론칭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겠다 큰마음을 먹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정말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실천 리스트를 늘여가고 있던 어느 날, 식물염색 기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원단 기업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의 보태니컬 다잉 제품들을 공급해 주시는 기업이에요. 이 기업의 대표님께서 무척 바쁜 일정 중에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저희의 진심을 애정 어리게 봐주셨거든요. 지속 가능성이란 단순히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달성되진 않지만 지속 가능한 소재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소재란 지속 가능한 섬유와 지속 가능한 공정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되죠. 그래서 이 만남이 저희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계속 추구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4월부터 컬렉션 론칭 시 지속 가능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어요. 우리의 실천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보다 나은 다음 컬렉션을 위해 내부적 사용하던 보고서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놀랐어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98% 플라스틱 프리, 100%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건 이젠 더 이상 어렵지 않은 저희의 최소 기준이 되었어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최고 기준의 지속 가능한 섬유 그룹의 사용과 지속 가능한 공정으로 염색, 가공된 소재의 사용 비율을 높이는 게 가장 기본적인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멋진 브랜드’요. 읽는 분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저희는 멋진 스타일을 제안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잠을 잘 자고 가공식품을 잘 먹지 않아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소비를 줄여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추천하고픈 오래된 물건
2003년 베를린을 여행할 때 서점에서 구매한 형광 노란색 CARAN D’ACHE 849 볼펜이요.
저는 파란색1.0mm 심을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데, 볼펜이라는 이름처럼 구슬이 굴러가는 느낌으로 글이 써져서 재밌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지칠 땐 위로가 되고, 새로운 세상과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 저에겐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