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과 폭염이 번갈아 찾아온 올여름, 지구가 아프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했습니다. 그런데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떤 활동과 습관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습관을 만들려고 해도 아직은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죠. 생활용품 브랜드 레스벗그리너(less but greener)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를 제안합니다.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브랜드의 컨셉은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과도한 소비의 부산물이 지구를 괴롭히는 요즘 가장 적합한 접근법일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제품으로 미니 캡슐세제를 출시해 특히 1~2인 가구나 빨래를 자주 하는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친환경이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바꾸고자 하는 레스벗그리너를 만났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스벗그리너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오현수입니다.
레스벗그리너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레스벗그리너는 조금 더 건강한 소비 습관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생활용품 브랜드입니다.
레스벗그리너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 학과를 졸업한 후 뷰티, F&B 등의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레스벗그리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웰다잉*에 대한 작업을 해보기도 했는데요. 요즘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는데 저는 그 의미를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를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모두가 행복해야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담아내기 위해 레스벗그리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용품 중에 세탁세제 카테고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기획했을 때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고 익숙한 부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탁세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빨래할 때 세제를 정량보다 많이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세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옷이 파손되거나 피부에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물과 에너지의 사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하는 캡슐세제는 대부분 4인 가구 기준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소량의 빨래를 할 때 양의 조절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소량의 캡슐세제를 제작했습니다.
원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오랫동안 환경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인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에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록다운이 실시되었을 때 공장이 생산을 멈추고 미세먼지가 대폭 주는 등 전반적인 오염 정화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환경에는 큰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음식으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또한 정말 와닿았고요. 그런 이슈들을 몸소 경험하니 앞으로 환경 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철학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시는데, 어떤 점에 공감하셨나요?
디터 람스가 선언한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이 레스벗그리너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가 넘치고 있는 요즘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레스벗그리너의 브랜드명도 디터 람스의 명언 ‘less but better’에서 영감을 받고 불필요한 부분은 줄인다는 뜻의 ‘less(레스)’와 더 나은, 더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but greener(벗그리너)’를 합성한 이름을 지었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중요시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항상 어려운 부분이자 중요시하는 부분은 보기 좋으면서도 기능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목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레스벗그리너는 '줄일수록 좋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줄이면서 기능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로서 레스벗그리너만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생활 습관’을 중심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여러 가지 캠페인을 전개하는 점은 레스벗그리너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인식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모든 생활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실천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친환경 소재나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만 찾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실천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레스벗그리너를 통해 지속가능한 습관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부터 시작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하고 싶어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요
레스벗그리너 제품을 사용하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레스벗그리너의 제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불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줄여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레스 웨이스트'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친환경 제품은 없지만 지속가능한 습관을 만드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패키지 개발 등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려고 합니다.
가루나 액체보다 캡슐세제를 사용하면 장점은 무엇인가요?
캡슐세제의 가장 큰 장점은 세탁이 간편해진다는 점이죠. 날리는 가루나 무겁고 흘리기 쉬운 액체와 달리 작고 가벼운 캡슐 하나만 세탁기에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세탁실에서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타 브랜드의 캡슐세제와 레스벗그리너 제품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레스벗그리너의 제품은 소량 세탁도 가능하기 때문에 빨래의 양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타 브랜드의 캡슐세제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만든 제품이 많습니다. 레스벗그리너의 캡슐 하나는 약 3 kg의 세탁이 가능하며 1인 가구도 사용하기 편하고 운동복, 아기 옷 등 잦은 소량의 빨래에 적합한 제품입니다.
원래 1인 가구를 타깃으로 기획하신 제품인가요?
현재 대한민국은 1~2인 가구가 60%를 차지하고 있어서 소량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판단했고 타 브랜드 제품의 절반인 3 kg의 빨래량에 맞게 만든 세탁 세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빨래를 자주 하게 되는 여름철, 아기를 키우는 가정 등 소량의 빨래를 자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실제로 이런 용도로 저희 제품을 사용해주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세탁세제의 적당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세제의 양이 많아질수록 옷이 더 깨끗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정반대입니다. 정량 이상의 세제를 사용할 경우 세제에 포함된 계면활성제가 섬유에 흡착되어 세탁력이 오히려 감소합니다. 옷에 남은 세제 찌꺼기가 피부에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세제를 완전히 헹구기 위해 많은 물과 전력이 필요해 탄소 배출량도 많아집니다.
피부에 닿는 제품은 성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레스벗그리너의 제품은 어떤 성분이 들어가나요?
세탁세제에서 흔히 사용하는 설페이트를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로 대체하고 색소를 제거했습니다. 처음에는 무향 제품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천연 성분도 화학적인 남새가 날 수 있고 빨래의 신선한 향을 즐기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에는 알레르기 프리 향료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자연에 가까운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을 제작했습니다.
울 드라이어볼도 생소하네요. 어떤 제품인지 소개해주세요.
뉴질랜드산 양모로 만들어진 드라이어볼로 섬유 유연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건조기를 돌릴 때 드라이볼이 건조기 안에 통통 튀어 다니면서 섬유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반 섬유 유연제에서 사용하는 화학 성분이 하나도 없고 볼 3개를 약 1,000 번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향이 있다면 천연 오일을 조금 뿌려서 사용해도 좋습니다.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신 것도 새롭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보통 사람들은 세제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용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굳어서 버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조금 더 합리적인 세제 사용을 위해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생소한 제품이라 우선 무료로 사용해 보시고 구독 유지 여부를 정할 수 있는데요. 정기 구독자분들은 2회차부터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도 레스벗그리너의 온라인 스토어 전용 시크릿 혜택도 준비하고 있으니 꼭 경험해보세요.
최근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요?
사실, 뉴스레터에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요. 대신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친환경을 쉽게 푸는 것에 집중합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작은 발걸음으로 더 많은 분들이 저희가 일으키는 작은 파도에 공감해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품의 패키지를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제작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패키지는 사람들이 레스벗그리너를 처음 접하는 부분이라 브랜드의 가치관을 디자인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사실, 캡슐세제의 경우에는 어린이 보호 포장이 법적으로 의무화되고 제약이 많아요. 쉽게 열리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패키지에 레스벗그리너의 메시지를 담고 싶은 마음으로 전 세계를 뒤지고 샘플 하나를 받으려고 몇 주간 기다렸어요. 오랜 고생 끝에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면서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종이 패키지를 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없이 간편한 제품
특히 기억에 남는 소비자의 리뷰가 있나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한 패키지가 더 편하다는 리뷰를 남겨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캡슐세제라는 제품을 간편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플라스틱이나 비닐 패키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제품은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종이 재질로 제작한 박스에 담겨 제공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편리하다고 느껴주시니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작은 용량이 더 편리하다는 리뷰를 보면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구나 싶어 뿌듯합니다.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동종업계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브랜드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단계가 생소하고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나은 솔루션을 찾기 위해 브라질, 미국, 중국, 몽골 등 전 세계의 사례를 뒤져보기도 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기존 브랜드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레스벗그리너만의 세계관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탁세제 외에 기획하고 있는 제품이 있나요?
현재 편백수 탈취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액체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에 부담이 덜 되는 패키지를 만들려고 친환경 종이팩 패키징 솔루션 기업 리필리와 함께 손을 잡고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생활용품을 기획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5년 후에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나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레스벗그리너의 미션에 동참해주시고 지속가능한 습관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만의 루틴
주기적으로 방 청소를 위한 시간을 내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쓰레기만 버리는 목적이 아니라 방 정리를 하면서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때 일기장도 함께 정리합니다. 주기적으로 하다 보면 저에게 필요한 것들과 불필요한 것들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더라고요.
추천하고 싶은 오래된 물건
고등학생 시절부터 쓰고 있는 일기장들입니다.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해온 습관 중 하나는 일기를 쓰는 것인데,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정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매일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쓴 일기를 통해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올해 13살이 된 저희 집 강아지를 보면 항상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레스벗그리너를 시작한 이후로 재택근무가 많기 때문에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너무 좋아요. 반려견을 키우고 나서 집돌이가 된 것 같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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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Kyung Shin Kim (상품 이미지 less but greene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