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나 버틀샵을 방문하면 라벨에 비건 인증 마크가 종종 보일 때가 있습니다. 비건 인증을 받은 와인의 표시인데요. 그런데 와인 덕후가 아니라면 포도로 만든 와인에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 등 최근 자주 들리는 키워드들이 더욱더 혼란스럽게 합니다. 비건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와인은 다 비건이 아니었다
환경을 위해, 동물을 위해, 건강을 위해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건 프렌들리’ 와인을 출시하는 제조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비건 라벨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와인을 만들 때 와인병에 담기 전에 와인 속 작은 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정제(fining)’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달걀흰자, 우유 단백질 카제인, 동물의 콜라겐 등에서 얻은 젤라틴이나 물고기 부레에서 만든 부레풀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합니다. 이어서 와인의 주원료가 과일이라도 해도 일반적인 와인은 무조건 비건이 아닙니다.
비건 와인은 품질이 다를까?
와인이 정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색깔이나 향, 맛을 좌우할 수 있는 작은 입자를 없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건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보다 품질이 낮다는 것이 아닙니다. 비건 와인의 경우에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정제 작업 대신 와인을 오랜 시간 가만히 두고 자연스럽게 입자가 바닥에 가라앉게 하거나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정제를 진행합니다. 와인에 들어가는 재료뿐만 아니라 코르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 기반 접착제, 와인병 입구를 밀봉하는 밀랍, 그리고 농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동물성 비료 등 와인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모두 제외한 제품만 비건 와인이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내추럴, 유기농과 비건의 차이
건강한 먹을거리와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류도 유기농, 내추럴, 비건 등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다양한 의미를 가진 키워드를 자주 들립니다. 내추럴 와인 전문 바나 버틀샵도 서울의 힙한 동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기농, 내추럴 그리고 비건 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선 유기농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법 규정에 따라 키운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가급적 자연스러운 제조 과정을 통해 만든 와인으로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달의 주기를 따라 포도를 재배하는 법) 농업으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해 자연 발생 효모 이외의 첨가물 없이 완성된 와인입니다. 이어서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는 비건 와인과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비건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비건 와인을 한눈에 확인하기 위해 비건 인증 마크가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비건 식품과 동일하게 국가에 따라 다양한 비건 인증 기관이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수입 상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스위스 기반 ‘V-Label’이나 프랑스의 ‘Eve Vegan’ 영국의 ‘The Vegan Society’의 인증 라벨을 흔히 볼 수 있고 미국은 ‘Vegan Action’과 ‘BeVeg’가 대표적인 비건 인증 기관입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서 비건 인증이 비교적 보편적인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제품이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비건 인증을 확득하지 않은 와인 제조자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건 시장이 확장하면서 비건 프렌들리 마크를 자랑하는 와인병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비건 와인 맛보기
비건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내추럴 와인바나 전문 버틀샵에서 비건 옵션을 대부분 찾을 수 있습니다. 와인과 함께 맛있는 채식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 버틀샵이나 와인바를 방문해야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대기업 와인 브랜드를 포함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비건 와인도 속속 출시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비건 와인 소비량은 최근 2년 동안 50% 이상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만큼 비거니즘이 금방 사라질 유행이 아니라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에 채식 한잔하면 어떨까요?
Cover image © Jill Burrow (Pexels)